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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저는 채찍을 맞습니다. - 불교인권상 수상 소감문

2009/11/24 14:25
 며칠전 느닷없이 불교인권위원회에서 불교인권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상이라는 것이 영광이기는 하지만 늘 부끄러움을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거부하는 것이 그 분들에게 죄송한 것이어서 그렇게까지는 못했습니다. 그날 이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는 못했구요. 그대신 수상소감문만 써 보냈습니다. 불교인권위원회 간사가 읽고 폭소를 터뜨렸다는군요. 이 상의 상금 200만원은 오늘 밤 명동성당에 있는 용산참사범대위 사람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좀 더 보태서 더 큰 돈을 전달해드리지 못한 것이 조금은 가슴 아팠습니다. 이 겨울 그 가족들이 좀 더 용기와 희망을 가지시기를 바라며.



            수난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 행복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님,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1. 참 부끄럽습니다

또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꾸 좋은 상이란 상을 다 받으니 참 창피한 노릇이지요. 진실로 우리 시대에 수난을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제가 상을 다 받습니까? 그 수난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수많은 변호사와 종교인과 시민들이 있는데 저에게 인권상이라니요?

참 죄송합니다. 제가 한 일이 없는데요. 온 세상의 변화와 희망을 위해 뛰고는 있지만 욕심은 많고 성취는 적습니다. 늘 자신에게 불만입니다. 자신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활동을 한 사람에게 그 귀한 불교인권상이라니요? 오늘 이 어색한 자리에 불가피하게 못가게 된 것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2.저는 국가와 동격이 되었습니다

제가 한 게 무엇입니까? 제가 무얼 잘했다고 상을 주신단 말입니까? 제가 최근에 인권을 위해 한 일이란 그냥 국정원에서 소송당한 것 뿐입니다. 국정원이 저를 국가의 이름으로 소송을 건 것인데요. 저가 국가의 피고가 됨으로써 제가 국가의 입장과 동격이 된 것이지요. 이런 영광스런 일에 무슨 격려와 위로가 있을 수 있나요? 오히려 저는 이번 소송을 통해서 엄청 득을 보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에게 달려와서 싸인을 받아갑니다. “혼자가 아니니 힘내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있습니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차비를 받지 않겠다고 하여 참 당혹스럽습니다. 회원이 답지합니다. 이렇게 덕을 본 주제에 무슨 상이라니요?


3.수난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 고맙습니다.

30년도 더 된 옛날에 제가 19살 미성년자로서 감옥에 갔습니다. 서울대학교 재학중 교내 시위에 잠깐 참가한 것 때문에 영등포구치소로 잡혀가고 학교는 그날부로 짤렸지요. 그 이후 저는 늘 가난하고 힘들고 억울한 사람들 곁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박정희대통령께 감사합니다. 제가 만약 그 시대에 감옥을 가지 않았다면 고시공부-검사-공안검사로의 출세의 길을 달렸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입니까? 박정희대통령 때문에 저는 감옥을 갈 수 있었고 이렇게 가난한 이,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 억울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동반자가 될 수 있었지 않습니까?

꼭같이 이명박 대통령님., 참 감사합니다. 저가 혼자 잘먹고 잘살고, 저가 하는 일이 순조롭지 않게 만들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저에게 좌절과 쓰디쓴 실패의 경험을 안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 노력하고 더 튼튼하고 더 바닥에서 가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수난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 저는 오늘도 채찍을 맞습니다

늘 그렇듯이 상은 채찍입니다. 더 잘하라고 주는 매입니다. 안주하고 즐거워할 수가 없습니다. 결코 행복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상이 주는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와 동시에 최상재 대표가 수상했습니다. 나는 그와 비교가 안됩니다. 그는 언론억압의 광풍이 몰아닥치는 허허벌판에서 온 몸으로 그 비와 바람을 막으며 서 있는 사람입니다. 며칠전 프레스센터 앞에서 천막농성을 친 그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 상으로 말미암아 해이해지는 자신을 좀 더 채찍질하겠습니다. 조금은 더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를 위하여, 조금은 더 상식이 통하고 희망이 생길 수 있도록, 작은 힘, 작은 땅방울, 작은 노력을 바치겠습니다. 의문의 여지없이 그 길을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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